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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방 청소를 해야 하는데 너무 귀찮아요.

by 노후는 숙주나물 2024. 9. 26.

오늘도 방 청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네요. 아침부터 슬쩍 눈을 떠 보니, 방이 어질러져 있는 게 눈에 확 들어왔어요. 침대 옆에 나뒹구는 옷가지들,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서류와 책들, 그리고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를 빈 컵. 보자마자 ‘아, 청소를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쳐갔죠. 그런데 몸이 그걸 받아들이질 않아요. 침대는 너무 편하고, 내일부터 하면 되지 않겠냐는 속삭임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아요.

내일부터? 솔직히 내일도 내가 청소할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계속 미루고 미루다 보면 금세 이번 주도 지나갈 테고, 그러면 방은 점점 더 엉망이 될 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서 뭔가를 하기가 너무 싫어요. 누워서 청소할 방법이 없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본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진짜 청소기 하나를 내 몸에 달고 다니면서, 걸을 때마다 자동으로 흡입하는 그런 물건이 발명됐으면 좋겠어요. 현실은 역시, 내가 손수 움직여야 한다는 것뿐이지만요.

 

처음엔 그럴싸한 계획을 세워요.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돌려 놓고, 책상 정리를 하고, 바닥을 닦는 일까지. 하지만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거예요. 마치 일을 끝도 없이 쌓아두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기분? 청소를 하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이 작은 것도 막상 보면 너무 크고 귀찮아요. 예를 들어, 바닥에 널려 있는 옷들만 치우면 될 것 같지만, 그 옷을 정리하고 나면 또 책상 위의 먼지가 신경 쓰이고, 그러다 보면 바닥 구석구석이 눈에 들어오고… 끝이 없어요.

 

그래서 결국 다시 침대에 누워 생각해봐요. 그냥 이대로 둬도 큰일은 안 나지 않을까? 그래도 방이 더러워진다고 당장 벌금을 내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내가 혼자 있는 공간이니까 나만 참으면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깨끗한 방에서 생활하는 게 더 상쾌하고 기분도 좋아질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생각이 또 한 번 저를 괴롭히죠.

 

결국 잠시 딴짓을 해요. 핸드폰을 들어 인스타그램을 열고 친구들 피드를 구경하던가, 유튜브에서 웃긴 영상을 보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가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청소할 시간이 아예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시 안심이 돼요. 청소할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스스로에게도 변명을 할 수 있거든요. "오늘은 어쩔 수 없었어, 시간이 너무 늦었잖아. 내일은 꼭 하자!"라면서요.

 

하지만 내일도 과연 그렇게 될까요?